‘디아블로3′ 비공개 시범서비스(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이번 주 초부터 시작됐다. 안타깝지만 미국 사용자만을 위한 시범서비스다. 블리자드는 이번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통해 북미에 두고 있는 ‘디아블로3′ 배틀넷 서버의 안정성을 시험할 계획이다.

‘디아블로3′이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국내 이용자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블리자드는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시범서비스를 할 계획이 없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디아블로3′을 미리 살펴보자.

‘디아블로3′에는 현금거래 시스템인 경매장과 경매장 가상화폐 배틀코인이 새롭게 추가됐다. ‘디아블로3′의 경매장 제도는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을까.

경매장: 블리자드가 아이템 현금거래 지원

블리자드는 미국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기 전, ‘디아블로3′ 아이템 현금 거래를 공식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북미 지역에서는 온라인 현금결제 업체 ‘페이팔’과 제휴하고, 이용자끼리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면 일정 수수료를 블리자드가 챙긴다. 이용자는 원하는 아이템을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어 좋고, 블리자드는 게임판매 외에 수수료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이득이다.

국내 온라인게임에서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게임 아이템이 거래되고 있다. 사행성 논란이 빚어져 국내에서는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가 금지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블리자드의 결정이 파격적이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는 “블리자드는 일괄적인 게임 경험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현금거래에 관한 한국법을 지키면서도 현금 경매장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작인 ‘디아블로2′는 블리자드의 지원 없이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다. 국내 유명 MMORPG인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온라인게임에서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용자들이 암암리에 행하는 음성적인 거래인 셈이다. 블리자드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공식 지원함으로써 아이템 거래를 합법적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

배틀코인: 경매장과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이용

블리자드는 9월22일 간담회에서 아이템 경매장 가상화폐 ‘배틀코인’도 선보였다. 배틀코인은 블리자드에서 만든 일종의 전자화폐다. 배틀코인을 이용해 경매장에서 다른 이용자가 등록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이용자는 아이템을 팔기 위해 경매장에 아이템을 등록할 때 배틀코인으로 거래할 것인지 현금으로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현금으로 물건을 팔 때는 수수료가 적용되지만, 배틀코인은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배틀코인은 ‘디아블로3′ 경매장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스토어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블리자드의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2′의 정액 이용권을 구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배틀코인으로 다른 게임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는 없고, 배틀코인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일도 금지된다.

경매장, 국내 법적 근거 있을까

국내 게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선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 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게임물의 결과물은 현금 거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블리자드가 국내에서 디아블로3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초 게임법을 다시 해석할 만한 판결 사례가 나왔다. 대법원이 리니지의 온라인 화폐에 대한 ‘현금 환전’ 행위가 무죄라고 판결한 사건이다.

2010년 1월,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가상 화폐 ‘아덴’ 2억3300만원어치를 당시 현금거래 시세보다 싼 값에 구입해 아이템 거래 중개사이트를 통해 되판 사용자가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시세보다 싼 값에 구입하고 다른 사용자에게 되팔아 차익을 챙긴 혐의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무죄라고 선고하며 “MMORPG 게임머니는 일정한 금액을 배팅한 후 카드, 주사위, 룰렛 등 방법으로 당첨자를 결정해 당첨자 사이에서만 배팅금액을 분배하는 행위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베팅 또는 배상의 수단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덴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사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함으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해 획득된 게임머니라고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일은 사행성 논란 때문이었는데, 게임 아이템은 우연적인 요소로 획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 사용자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성격이 더 강해 ‘도박’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디아블로3의 아이템도 게임 사용자 노력의 결실이다. 대법원의 판례가 디아블로3 경매장 국내 도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이템 페이지 공개

한국시간으로 9월23일, 북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아블로3′ 공식 홈페이지에 아이템 페이지가 열렸다. ‘디아블로3′이 궁금한 이용자라면 아이템 페이지에 접속해 ‘디아블로3′에 등장하게 될 방어구나 무기류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다.

아이템 페이지는 무기, 방어구, 기타 등 세 항목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항목을 선택하면 아이템의 이미지와 기능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디아블로2′에서 볼 수 있었던 매직, 레어 등급 아이템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전설(Legendary) 등급의 아이템인데, ‘디아블로3′에서 새로 추가된 아이템 등급이다.